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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불안한 마음은 왜 생길까?

by Healthy Mind 2023. 5. 4.

정신의학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으로 불안의 정도와 강도가 지나쳐서 일상생활에 제한이 되는 경우를 불안장애라고 부른다.
불안장애에 해당할 정도로 불안이 심하지는 않더라도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면 주변을 과잉 경계하게 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수행해야 할 때 등 우리는 불안한 감정에 쉽게 빠져든다. 
불안은 신체적 및 심리적 반응을 수반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신체적 징후로는 심장 박동의 증가, 호흡이 빨라짐, 떨림, 땀 흘림, 설사 그리고 근육의 긴장을 들 수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은 모호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임박한 위험에 직면해서 무력감을 느끼고 걱정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신체적 심리적 반응이 업무 수행 중 불안과 함께 발현하는 것은 정말 당황스럽고도 괴로운 상황일 것이다.


불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으로 정의된다.
우리는 왜 빈번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불안은 정상적이지만 불쾌한 정서적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감정인 불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해하려면 진화론적으로 바라본 불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원시 시대부터 인류는 수많은 위기와 위협을 피하거나 이겨내며 생존해 왔다.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빠르고 힘센 맹수들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
대부분 우리 인류는 맹수와 마주치는 상황에서 맞서 싸우거나 또는 도망치는 두가지의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보게 되면 불안이 낮은 사람들은 맹수와 싸울 것이고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도망치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첫 번째, 싸움에 이기는 소수의 용기 있는 인류는 고기, 높은 서열, 부족에서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홉번을 이기고도 단 한 번이라도 진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불안이 높아 도망을 쳤던 인류는 고기는 먹지 못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흘러 인류가 집단생활을 하게 되며 맹수의 위협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대신 다른 부족의 침략과 같은 전쟁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들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류는 변함없이 불안의 감정을 경험하며, 역시나 싸우거나 도망치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싸워서 이기면 돈이나 명예 또는 영토 같은 성취물, 성과물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또 한 번이라도 지게 되면 생존이 위협받았을 것이다. 반대로 겁을 먹고 도망치면 돈이나 명예, 영토와 같은 성과물은 얻지 못하겠지만 목숨이 안전하게 보장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불안이 높은 사람은 싸울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생존에 있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위협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은 아주 정상적이고 우리를 지켜주는 자기 보호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불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불안이 전혀 없다면 우리는 위험한 일들을 겪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신변의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몸을 피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내가 입는 피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불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정하면 업무를 소홀히 하여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게 될 수 도 있다.
이렇게 불안이라는 감정은 과도해도 문제지만 없어도 문제이다.

 

 

여키스-도슨 법칙에 의하면 불안은 너무 높아도 수행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불안과 긴장이 너무 낮아도 마찬가지로 수행 능력이 저하되게 된다. 인간의 감각-지각의 각성 상태와 과제 수행 능력 사이에는 역 U자 형태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일정 수준까지 생리적 또는 정신적 각성이 증가할수록 인간의 수행 능력은 향상하지만, 중압감 등의 자극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수행 능력이 다시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적절한 불안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잘 보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하여 불안하게 되면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할 수 없게 되어, 그 결과 다 알고 있는 문제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시험 불안 상태에 처하게 된다. 또한 지나치게 낮은 불안 상태에서는 감각박탈 상태가 되어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져 시험에 실패하게 된다.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뜨거운 불도 적절한 온도로 잘 사용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처럼 불안이라는 에너지도 잘만 사용하면 우리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불안은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생존하기 위해 우리를 지켜주는 자기 보호 시스템이자 장수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불안이 너무 없는 것은 오히려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불안을 불편한 감정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적절히 다루어 내는 연습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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