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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인지행동치료와 스키마(Schema, 도식)

by Healthy Mind 2023. 5. 6.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 제프리 영(Jeffery E.Young)은 우리의 삶을 옥죄는 부적응적 심리 도식을 인생의 덫이라고 불렀다.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이 오히려 사냥감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적응적인 마음속 도식들 역시 '인생의 덫'처럼 우리의 삶을 고통과 몸부림에 악순환으로 밀어 넣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덫을 명확히 보고 차근차근 풀어낼 수 있어야만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심리 도식치료 즉 스키마 치료의 핵심이다.



스키마란 무엇일까?

스키마란 어떠한 경험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틀, 프레임을 뜻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것을 보고 듣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각자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타고난 기질, 각자의 성장환경, 과거 경험 등에 따라서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도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키마는 어떻게 형성될까?

첫 번째,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면 핵심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정서적 욕구가 있다.
핵심적 정서 욕구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 타인과의 인정 욕구가 스키마를 형성하게 한다. 타인은 주 양육자인 부모 또는 또 다른 주 양육자를 뜻한다. 양육자로부터 느끼는 안전감, 안정감, 무조건적인 돌봄과 수용은 타인과의 안정 애착 형성에 도움을 주며 이 경험은 스키마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두 번째, 생애 초기 경험들에 의해 스키마가 형성된다.
욕구가 심하게 좌절되는 경우, 만족스러운 것을 너무 많이 경험한 경우, 외상 또는 고통을 겪는 경우, 타인을 선택적으로 내면화 혹은 동일시하는 경우도 스키마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세 번째, 전체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정서적 기질도 스키마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스키마는 18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인간 모두에게 마음이 있듯이 18개의 스키마는 우리 모두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1. 유기/ 불안정 : 버림받음에 대한 불안정으로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2. 학대 :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고 거짓말하고 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정서적 결핍 : 성장 과정에서 관심과 따뜻함에 대한 관계적인 부분에 대한 결핍,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고 경청해주는 부분이 결여된 공감적 결핍, 타인으로부터 보호받는 경험의 부재로 오는 보호 결핍이 있다. 이러한 정서적 결핍의 스키마는 사람들에 대한 과한 기대감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대만큼 상대가 채워주지 못하면 강한 실망과 분노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4. 수치심 : 자신에 대해 스스로 결함과 쓸모없음을 느낀다.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마음의 장벽을 가지고 살아간다.

5. 사회적 소외 : 자신은 세상과 고립되어있고 어떤 조직에서도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6. 의존 무능감 :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느끼며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많아 매우 무기력하다는 특징이 있다. 

7. 위험/질병에 대한 취약성 : 어린 시절 세상은 위험한 곳이라는 강박관념을 심어놓은 계기가 있어 세상을 두려워하는 감정으로 삶을 살아간다.

8. 융합/미발달된 자기 : 한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중요한 타인에게 지나치게 밀접하게 정서적으로 연결된 상태이다.

9. 실패 :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특징이 있다. 

10. 특권의식 : 남들보다 우월하고 특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해가 되는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기며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공감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11. 부족한 자기통제 :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적절하게 필요한 좌절 경험을 견뎌내는 힘이 약하다. 자신의 감정과 충동성을 조절하기 힘들어해 과도하게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특징이 있다.

12. 복종 : 다른 사람들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복종하는 사람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보복과 분노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싫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데 겉으로는 착해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의 소망과 분노를 억제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자기희생 : 일상생활에서 자기 자신의 만족은 희생하며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자발적으로 지나치게 집중하는 특징이 있다. 심한 경우 자신을 위한 생각을 하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14. 승인과 인정 추구 :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타인에게 맞추는 특징이 있다.

15. 비관주의 : 삶에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것은 최소화하거나 무시하는 반면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 지속적인 초점을 둔다.

16. 정서적 억제 :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수치심을 경험하게 될까 봐 자신의 자연스러운 행동, 느낌, 의사소통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특징이 있다. 

17. 엄격한 기준 : 타인에게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마음에 엄격한 기준을 세워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18 처벌 : 실수하면 누구나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실수에 대해 서도 너그럽게 용서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스키마(도식)들은 때로 매우 부적응적인 형태로 자라나기도 한다. 성장환경의 트라우마 혹은 유전적 요인 등으로 우리 마음속에는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형태의 스키마가 자리 잡기도 한다.
스스로 깎아내리는 도식,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도식 등 부정적인 도식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며 인생의 덫으로 작용하게 된다. 

인생의 덫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평생 반복된다. 
두 번째, 자기 파괴적이다
세 번째, 덫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여 바꾸거나 없애기가 어렵다. 

제프리 영은 덫에 걸린 사람들의 일반적인 대처방식을 '굴복', '도피', '반격'이라고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결함의 덫에 걸린 사람은 무의식 속에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라는 틀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결함이 있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틀을 통해서만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덫에 굴복하게 되는 사람은 언제나 위축되어있다. 

자신을 낮추고 항상 사과하며 열등감에 휩싸여있다. 반면 결함의 덫으로부터 '도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쓸모없다는 느낌에 대해 생각하기를 회피하며 아예 마음속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오히려 덫에 반격하려는 사람도 있다.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가득 차 있는 이들은 마음속 깊은 곳의 열등감과 결함 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반대로 자신의 우월함을 내세우려 한다. 결함의 덫을 보상하기 위해 자신의 특권의식, 지위를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너무 몰두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기도 한다. 세 가지 대처 방식 모두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기 파괴의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이다.

심리 도식치료는 이러한 부적응적 스키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인지행동치료의 기법을 도입한 체계적인 훈련을 제공한다. 덫의 기원을 파악하고 덫의 내용들을 반박해보는 훈련이 도식 치료의 기본적인 구조이다. 덫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씩 매만지는 훈련을 통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도식치료는 인격장애나 만성 우울증과 같이 기존의 치료에 쉽게 반응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역동적 행동 분석을 따라가기 힘든 인격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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